▼ 문 ▼
20대 회사원입니다. 저의 고민은 누군가로부터 뭔가 부탁받는 일을 참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게 무슨 부탁이든 하는 것은 저를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한번 들어주면 우습게 보고 계속해서 싫은 부탁을 할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물론 저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남에게 절대 도움을 청하지 않고 제 힘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서울여의도동에서한직장인)
▼ 답 ▼
사람들이 무엇을 부탁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누구든 이 세상을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자기 힘으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환상일 뿐입니다. 그렇게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모자라는 점이 있게 마련이고 자기가 모자라거나 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꺼이 남에게 부탁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까지 의존적이어서는 곤란하겠지요.
상대방이 나를 만만히 보아서 나에게 부탁을 한다? 이 생각은 분명 피해의식입니다. 오히려 능력이 있어보이니까 부탁도 하는 것 아닐까요? 세상에는 ‘남에게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겠다’며 분명히 선을 그어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쌓아가는 벽을 생각한다면 그 속에서 그들이 느낄 피해의식과 외로움을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서로 주고 받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단 남이 부탁할 때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들어주고 거절할 것에 대해서는 자기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탁받는 것 자체를 피해의식으로 받아들이고 절대 그런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강박증적 사고일 뿐입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전문의)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