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 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와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지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입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 쉴 것이다.
―시집 ‘대설주의보’(민음사)에서
신기하지. 내가 잊고 있을 때도 나는 숨을 쉬고 있었다니. 너를 사랑할 때의 나의 숨소리는 애틋이 기억나는데 너를 증오할 때의 나의 숨소리는 어떠했는지? 때로 나의 숨소리에 놀라 잠을 깬 적도 있었지. 신기하지. 태어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숨을 안 쉬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 그 고통 속에서도? 그런데 그는 죽어서도 숨쉴 것이라고 하네.
신경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