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줄 끝에서 팽그르르 돌다 주르륵 빨려올라오는 요요. 아이들 주먹만한 놀이기구가 이젠 어른들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요요 바람’의 근원지는 얼마전 종영된 SBS 드라마 ‘토마토’. 탤런트 김희선이 불빛요요로 몇 가지 ‘묘기’를 선보인 후 어른들도 문방구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PC통신 요요동호회 회원수와 인터넷 요요사이트 접속횟수도 이 때를 기점으로 급증.
★‘애들 장난’ 아니다★
요요를 내렸다 올렸다만 하는 것은 지극히 초보적인 단순동작. 요요가 계속 돌고 있는 상태에서 줄을 접어 요요에 걸치고 에펠탑 모양을 만들었다가 머리 위로 던졌다 받고 몸 뒤쪽에서 요요를 돌리고…. 요요선수들은 양손으로 요요를 돌리며 점프까지 한다.
1000가지가 넘는다는 요요기술 중 대회공인기술은 53가지. △오래 회전시키는 ‘슬리퍼’ △땅에 굴리면서 걷는 ‘웍더독(땅강아지)’ △그네를 만드는 ‘락더베이비(아기그네)’ △줄을 타고 올라가게 하는 ‘엘리베이터’ 등은 초급기술에 속한다. 초중급기술 30가지를 다 뗀 사람은 우리나라에 7명.
요요동호인들은 요요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생각하는 스포츠’라고 입을 모은다.유용규씨(26·컴퓨터A/S기사)는 “요요의 회전원리를 이해하고 요요가 비뚤게 나가지 않도록 깊이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나우누리 요요동호회 회원은 70%가 대학생과 직장인. 시삽인 조정호씨(22·대학생)는 비디오테이프로 기술을 익힌 고수(高手)에게 직접 배우거나 인터넷사이트의 그림자료와 설명을 뒤져 끊임없이 새 기술을 익힌다.
★따로 또 같이★
요요의 장점은 ‘힘’을 쓸 일이 없어 체격조건과 관계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 특별한 공간이 필요하거나 큰 돈이 들지 않으며 혼자서도 충분히 놀 수 있다.
그러나 “같이 놀아야 더 재미있다”는 것이 하이텔 요요동호회의 시삽 방정환씨(27·대학원생)의 주장. 그는 매주 일요일 오후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요요마니아 50여명과 함께 연습한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명초등학교 스카우트대원들은 주1회 요요강습을 받는다. 독학으로 요요를 배운 지도교사 최영택교사(45)는 “양손협응을 통한 두뇌개발에 효과적이고 집중력을 기르는 데 도움된다”며 “창의력 개발을 위해 아이들 스스로 새 기술을 만들어보도록 지도한다”고 말한다.
★요요에도 급이 있다★
1000원짜리 요요는 대부분 장난감. 회전시간이 길지 않아 기술을 구사하기 어렵고 견고하지 못해 쉽게 깨진다. 1만∼2만원대의 값비싼 기능성 요요일수록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많아지고 단단하다. 단 암만 좋은 요요라도 제때제때 축에 윤활유를 바르지 않거나 줄을 갈지 않으면 소용없다.
김희선이 선보인 불빛요요는 수은전지 4개와 터치센서가 있는 3만원짜리 ‘미라지’. 요요마니아는 외국의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맘에 드는 요요를 구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요요수입사인 화이트랜드가 지속적으로 외국의 요요선수들을 초청해 공연을 갖고 요요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