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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리포트]아파트 코앞 유흥업소 『민망해요』

입력 | 1999-07-04 19:48:00


요즘 신도시의 황혼은 유흥가의 불빛과 함께 시작된다.

1일 오후6시경 산본신도시(경기 군포시)내 산본역 주변. 아직 대낮처럼 밝은데도 건물 곳곳에 자리잡은 유흥업소들이 문을 열면서 분위기가 흥청거리기 시작했다.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카페 호프집 노래방 오락실 전화방 등의 입간판 네온사인 불빛이 눈을 어지럽혔다. 그 사이로 아이의 손을 잡고 장을 보러 나온 젊은 주부들이 발걸음을 재촉했고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최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촌에 유흥업소와 숙박업소가 난립하고 있다. 특히 신도시에는 별다른 업무지역이 없다보니 대부분 아파트 바로 코밑에 유흥업소가 들어서고 있다. 서울 등 기존 대도시는 주거지역과 업무 상업지역이 확연히 구분돼 대부분의 유흥가가 주택가에서 웬만큼 떨어진 곳에 형성됐으나 신도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달 30일 오후 화정미니신도시(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일대, 분당신도시(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서현역 주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유흥주점을 비롯, 단란주점 카페 등 수백여 유흥업소가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대화동 주민 유모씨(40·여)는 “아이들이 좋지 않은 분위기에 물들까봐 저녁에 가족끼리 외식하기도 꺼려진다”고 걱정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양시의회는 최근 관내 준농림지역에 숙박업소 술집 등의 설치를 허용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16일부터 이 조례안이 발효되자 이미 일산 주변에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신청이 3건이나 들어왔다.

이에 맞서 고양시민회 등 16개 시민단체들은 “고양시가 일산을 반윤리적, 반교육적인 소비도시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조례안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분당구 이매동 이동훈씨(35)는 “신도시도 사람 사는 곳이니 만큼 유흥업소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거 교육환경에 미치는 폐해를 줄일수 있도록 위치나 업종 허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