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금강―그림으로 보는 금강산 300년전’에서는 그동안 각종 전시회에 출품되지 않았던 미공개작품 60여점이 처음 공개돼 화제다.
겸재 정선의 ‘비로봉도’와 ‘불정대도’를 비롯, △근대 작가인 임자연(林自然)의 ‘구룡폭’ △김우하(金又荷)의 ‘삼선암’ △김우범(金禹範)의 ‘만물상’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불정대도’는 전남대 소장품과는 다른 작품이다.
이번 전시의 객원 큐레이터를 맡은 미술사가 이태호교수(전남대)가 20여년간 파악해 둔 소장처들을 통해 이 작품들을 모았다.
임자연은 일제 때 나온 사진첩에 그림이 실려 있고, 김우하는 1922년 제1회 선전 입선자 명단에 이름이 들어 있으며, 김우범은 이당 김은호의 회고록에만 이름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이들의 작품을 찾아 보기 어려웠으나 이번 전시를 계기로 빛을 보게 된 것.
이밖에 최초 공개는 아니지만 태평양을 건너온 작품도 있다. 미국 오레곤주립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으로 조선말 선비 신학권(申學權·1785∼1866)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금강산 8폭병풍’이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에서 공수돼왔다.
또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石峯 韓濩·1543∼1605)이 다른 선비가 금강산을 유람하고 남긴 글을 행서체로 써 준 서화첩 ‘유금강산기(遊金剛山記)’도 남다른 배려 속에 전시된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집안에서 문중회의를 거쳐 출품을 결정했으며, 문중사람들이 작품이 소장처를 떠나 미술관으로 떠나는 순간을 꼼꼼히 지켜보기도 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