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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산업자원부 빅딜 「생색내기」

입력 | 1999-07-05 18:21:00


정부는 빅딜이 업계자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요즘 빅딜협상을 보면 그 주체가 민간기업인지 정부인지 자주 헷갈린다.빅딜관련 발표 때마다 막상 당사자인 업체보다는 정부쪽이 나서서 ‘실적을 과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5일 있었던 발전설비와 선박엔진부문의 빅딜협상 기자회견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이날 중재단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그동안 이견을 보여온 사업이관범위에 힘겹게 합의했다. 협상시작 10개월만의 진전이고 최근 2개월여 동안 협상이 중단됐던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평가 고용승계 등 앞으로 남은 빅딜협상의 난제(難題)를 생각하면 겨우 협상발판을 마련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해당업체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도 빅딜 주무부서인 산업자원부는 이번 협상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산자부 출입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업체에도 같은 시간에 기자회견을 할 것을 지시했다. 해당업체에서는 아직 빅딜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므로 산자부 브리핑만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으나 산자부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업체의 기자회견이 필요하다며 강행한 것.

결국 해당업체의 기자회견은 빅딜 중재단이 주관하는 형식으로 마지못해 이뤄졌지만 내용은 산자부의 브리핑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기자회견장 한편에서는 산자부가 ‘쥐꼬리만한’ 진전을 갖고 양쪽에 기자를 불러모으는 ‘생색내기’에 바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산자부가 그동안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던 빅딜업체들을 중재하고 협상의 진전을 끌어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빅딜이 완전히 마무리된 뒤 조용하게 평가받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영이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