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산(해발 8848m)이 옛 모습 그대로였다면 인간이 끝내 정복할 수 없었을 지 모른다.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일본 규슈(九州)대 사카이 하루다카(酒井治孝)교수는 최근 에베레스트산 높이가 원래 1만5000m 이상이었다는 학설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일본 중국 공동연구진 31명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에베레스트의 생성과정을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은 해발 8500m 북벽에서 단층을 발견했다. 수평으로 백수십m가 뻗어 있었다. 단층의 암석은 잘게 부서져 있었다.
에베레스트는 5000만년 전 인도대륙이 아시아대륙과 부딪히면서 고온고압의 변성암층이 퇴적암층을 밀어올리며 솟아났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했다.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단층은 바로 이 학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 사카이교수의 주장이다. 암석이 잘게 부서진 것은 퇴적암층이 깎여 나갈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사카이교수는 에베레스트산은 2000만년 전부터 깎여내려가기 시작해 이후 300만년간 줄곧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깎일대로 깎이고 남은 것이 오늘날의 에베레스트산이라는 설명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