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5일(한국시간) ‘8·15 대사면’ 방침을 밝힌 것은 국민대화합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민심 이반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김대통령은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과 손숙(孫淑)전환경부장관 경질, 강도높은 대국민 사과에 이어 대사면 등 민심수습을 위한 일련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대통령의 이날 대사면 방침 표명은 미국 언론에 대한 ‘해명용’ 성격도 없지 않다. 김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자유메달’ 수상식장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인 것도 내심 의식했을 것이다.
아무튼 김대통령의 대사면 방침에 따라 법무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법무부는 일단 사면폭을 최대한 넓힐 방침이나 이번 사면으로 풀려날 보안사범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요 보안사범이 현정부 들어 단행된 세차례의 특별사면을 통해 대부분 풀려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2월25일 단행된 특별사면 때 제외된 보안사범 200여명 중 형이 확정된 100여명이 일차적으로 사면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1년 남파간첩사건에 연루돼 복역 중인 손성모 신광수씨와 민족해방애국전선(민애전)사건으로 수감 중인 최호경 조덕원씨 등 7년 이상 복역한 미전향 장기수 4명이 석방 대상에 포함될 것 같다. 구국전위사건으로 구속된 전숙명여대교수 안재구(安在求)씨와 서예가 유락진씨도 검토 대상이다.
김대통령이 이미 최대한의 선처를 약속한 파업 관련 구속노동자들(70여명)은 노사정화합 차원에서 상고 포기 등 형 확정 절차를 거쳐 우선적으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사면권 남용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또 다시 대폭 사면을 하면 법질서 유지와 체제 안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은 한총련사건 관련자들”이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준법서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형기자·오타와〓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