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은 두가지다.
첫째 ‘현행법에 독소조항이 있는 만큼’, 둘째 ‘현행법을 대폭 개정하거나 독소조항이 없는 다른 법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지적한 보안법의 ‘독소조항’은 북한과의 회합 통신 고무 찬양죄 및 이를 확대 해석하고 적용해온 나쁜 선례를 말한다.
또 이를 ‘대폭 개정하거나 다른 법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보안법을 대폭 개정하는 방안, 형법에 흡수하는 방안, 가칭 ‘민주질서수호법’을 새로 만드는 방안 등 세가지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은 새 정부출범 이후 주로 박상천(朴相千)전법무장관을 통해 이미 여러차례 언급돼 왔다.
법무부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보안법 개정과 관련해 지난해 여러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방침도 밝혀왔다.
우선 법무부가 밝히고 있는 보안법 개정의 큰 방향은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개념을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서 ‘우리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안법이 북한을 반(反)국가단체로 규정해 다른 법률과 모순되고 애매모호한 용어 사용으로 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데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남북교류 협력법은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반면 보안법은 북한을 ‘국가변란을 꾀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국내법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처럼 보안법의 기본개념을 바꾸고 이를 근거로 찬양 고무 등 ‘독소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안법을 대폭 개정할지, 아니면 명칭까지 바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안법 개정 문제는 연평해전 등 최근 북한측의 도발을 계기로 보수층이 강하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