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벽이 무너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인 요즘. 소설가 이청준(60)도 초읽기의 심정으로 증권 시황을 들여다본다. 그의 고민은 객장의 여느 투자자와 다르지 않다. ‘도대체 언제 팔아야 할 것인가?’
“1000포인트 이전에 한번 커다란 진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980선에서 가진 걸 다 정리하려고 하는데….”
그는 만1년간 ‘증권공부’를 했다. 98년 4월 주가 400선에서 2000만원의 종자돈으로 주식을 사들여 99년 4월말 ‘이만하면 돈 흐름을 좀 알 것같다’고 인정하고 시간대별로 증권가격 체크하던 일을 중단하기까지.
이후 그는 책상머리에 앉아 중편소설 ‘시인의 시간’을 쓰기 시작, 지난주 탈고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한 중년의 시인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체험하는 천국과 지옥, 사람들의 숨은 마음 읽기가 그 내용. 8월중 발간되는 계간 ‘21세기문학’가을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그는 슬롯머신이 국내 처음 도입되던 초기에도 주머니를 털어가며 매달렸다가 그 체험을 담은 중편 ‘보너스’(67년)를 써낸 바 있다.
작가는 처음 증권에 손을 댄 것이 “승부겨루기의 긴장감을 즐기기 위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증권세계의 승부는 긴장감을 넘어서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었다. 출퇴근시간을 모르고 살았던 그가 개장시간 전에 시장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신문과 방송의 아침뉴스를 섭렵했고, 텔레비전을 하루종일 지켜보며 살았다. 이런 삶의 변화는 소설 속에 그대로 묘사된다.
그가 소설 속에서 주목한 것은 ‘1퍼센트가 소문을 만들고 99퍼센트가 뒤를 좇는다’는 객장의 속설이다.
“증권가의 승패는 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른바 개미군단이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는 소문을 쥐고 흔드는 기관투자자들 앞에 백전백패 할 수 밖에 없어요. 정보는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조작되는 것이고,개인은 기관이 조작하는 ‘집단언어’앞에 무력합니다.”
개인의 왜소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의 경영자조차 ‘우리회사 주식값은 나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갖는 상황. 미래의 주식값까지 예상판매하는 시대에 오히려 예측불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이율배반을 작가는 직시한다.
“결국 내 얘기는 이런 시대일수록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길은 문학같은 ‘개인언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작품 속 시인은 주식도 실패하고 다시 시쓰기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현실의 작가는 “돈도 좀 벌었고 세상공부도 했으니 그만 주식을 팔아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가는 아직도 주식을 던지지 못한다. ‘욕심 부리다가 망한다’는 시장의 이치를 알면서도 ‘더 오를텐데…’하는 미련이 여전히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