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D사의 영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귀국한 이모씨(40).
이씨는 IMF영향으로 런던에 있는 회사 소유의 집을 처분해야 했다. 가까운 부동산회사에 집을 내놓자 직원들이 실사(實査)를 나왔다.
집 곳곳을 사진 찍고 시설 개보수 현황 내용 등을 체크했다.
매매계약과 관련된 일체의 법률작업은 이씨가 선임한 변호사가 맡았다. 따라서 이씨는 집을 사려는 사람과 마주칠 일이 전혀 없었다.
적임자가 나타났고 돈도 변호사를 통해 이씨의 계좌로 들어왔다. 현금이 오고갈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이면계약을 통한 탈세 공범이 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부동산회사나 주택금융회사가 집의 값어치를 철저히 조사하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인 가격선이 결정된다.
프리미엄이 붙어 터무니없이 가격이 뛰거나 실제 거래금액과 계약상의 금액이 따로 놀 수도 없다.
이처럼 철저한 조사와 상호 검증을 통해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가정집 매매계약에도 보통 6개월 이상 걸린다.
이씨는 “영국같은 철저한 신용사회에서는 ‘세금을 많이 내면 낸 만큼 혜택을 누린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계약이나 거래 금액을 속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주택자금 등을 융자받을 때 거래실적이나 소득세 납부액이 많아야 더많은 신용대출을 해준다는 것. 신용카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금전계약이 있어야만 발급된다.
신분이 확실한 고위급 외교관조차 거래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1년 넘게 신용카드가 나오지 않을 정도. 개인의 신용은 건전한 계약관계를 통해 축적된다.
영국인은 또 물건을 사고 판 ‘물증’인 영수증을 철저히 보관한다.
세금 정산에서 물품 교환에 이르기까지 영수증이 있어야 거래내용을 입증하기 쉽기 때문이다. 생활의 편리 때문에 영수증을 챙기는 것.
D건설 해외영업부의 L부장은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신용의 데이터베이스(DB)화가 철저하다. 계약에서의 거짓이나 속임수가 한번이라도 드러나면 사회에서 매장되고만다. 섬뜩할 정도로 단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