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미국을 ‘원쑤’라고 부르며 온갖 폭언과 저주를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서방세계의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현황을 보면 미국은 결코 북한의 ‘원쑤’가 아니다. 오히려 ‘은혜의 나라’이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식량을 매년 북한에 지원하고 있다. 95년 9185t(222만 달러)의 식량를 지원한데 이어, 96년에는 1만3026t(717만달러), 97년에는 17만6761t(5745만달러)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50만t의 식량(1억7185만달러 상당)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고 올해에도 2억달러에 해당하는 50만t의 식량을 지원키로 했다.또 미국 내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씨감자 1000t과 씨감자 수확에 필요한 노동자 지원용으로 별도의 식량 10만t을 북한에 지원했다.
올해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3월 금창리 지하핵의혹시설에 대한 방문조사 대가로 이뤄졌다.
식량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경수로공사가 완료되는 2003년까지 매년 50만t의 중유를 대체연료로 북한에 지원키로 했다.
미국의 이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의혹 또는 미사일개발 등과 관련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협상의 대가로 식량지원을 앞세우고 있다. 또 미국이 취하고 있는 대북 경제봉쇄정책 때문에 북한이 경제난을 겪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 내 강경파들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등 유화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