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죽어가고 있다」최정 지음/혜안/261쪽 9000원▼
저자는 경북대 교수이자 한국농화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칼럼을 신문 등에 기고하고 있다.
“너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성서의 한 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흙은 ‘생명의 어머니’로서 말없이 제할 일을 다하고 있다. 온갖 쓸모있는 식물을 틔워내고, 기후 조절이며 마실 물을 담아두는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흙이 병들어가고 있다.
수은 납 등 중금속에서 비롯된 토양오염, 영양분이 씻겨내려가 생기는 불모지화 현상, 비료의 남용이나 이상기온으로 비롯된 부영양화(富營養化)…. 1부에서 저자는 인간의 무지가 토양의 생명력을 파괴한 온갖 사례들을 일깨우며 흙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2부에서는 ‘흙과 함께 성장해온 인간문화’를 조명한다. 청자의 우아한 자태로 태어나는 고령토, 오염물을 정화해주는 비석(沸石), 화장품이 되는 비누돌 등 특이한 흙과 그 쓰임새를 살펴보고 지렁이 균류 등 땅속의 숨은 일꾼들이 흙을 어떻게 비옥하게 만드는지 상기시킨다.
뭐니뭐니 해도 흙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는 식량을 제공하는 것. 저자는 인류가 자자손손 흙의 은혜를 누리기 위해 ‘지속농업(持續農業)’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최소한의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신기술을 접목시켜 많은 식량을 얻어내면서도 지력(地力)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