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그늘과 등나무 벤치.’
낭만적인 휴식공간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거리를 지나가다보면 산뜻한 외양으로 단장해 유난히 눈에 띄는 파출소가 보인다. 서울수서경찰서 개포4파출소. 등나무벤치의 쉼터는 이 파출소가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휴식공간이다.
이 파출소는 최근 서울경찰청에서 관내 560여개 파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파출소 환경심사’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 심사는 지역주민들에게 친근한 환경을 꾸미고 친절봉사를 해온 파출소를 선발하기 위한 것.
그런데 이 파출소가 지난해 신창원을 놓쳐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직원들이 징계를 당한 바로 그 파출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 파출소가 불명예를 벗고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동네 쉼터’로 거듭나기까지에는 이 파출소 소장 김대용(金大鎔·48)경위와 직원들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수서경찰서 방범과 주임으로 근무하던 김소장이 이 곳에 부임한 것은 신창원 도주사건 직후인 지난해 7월말. 경찰생활 20여년만에 처음으로 파출소장에 부임한 곳이 공교롭게도 이곳이었다.
“당시 신창원을 놓친 ‘죄’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고 주민들의 눈길도 곱지 않았죠. 뭔가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파출소 2층에 차려진 ‘신창원검거 수사본부’의 뒤치다꺼리만을 해오다 지난해 12월부터 ‘새 바람’ 프로그램을 실천해 나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파출소를 주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파출소 외벽에는 경찰서 마스코트를 그려넣고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파출소 옆의 빈터에 벤치와 함께 등나무와 포도나무 등을 심어 지역주민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쉼터로 만들었다. 물론 페인트칠 등은 김소장과 직원들이 직접 했다.
이제 이 파출소는 인근 유치원생들이 ‘파출소 쉼터’를 구경하기 위해 선생님과 손을 잡고 일부러 찾는 ‘동네 명소’가 됐다.
친근한 파출소 만들기로 주민들에게 다가선 직원들은 관내 치안에도 성의를 다했다.
파출소에서 직접 제작한 포스터를 주민들에게 일일이 나눠주고 범죄예방 요령을 숙지시켰다. 그 결과 올해에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범죄발생 건수가 30%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제보전화:동아일보 02―361―0271∼8, 오운문화재단 080―311―3233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