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5월 감사원 내부비리를 고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이문옥(李文玉·59)감사관. 그는 구속과 파면이라는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은 뒤 96년에야 복직했다. 이후 감사교육원 교수로 계약실무를 강의해온 이감사관은 연말 정년을 앞두고 이달부터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일터였던 감사원을 사실상 떠난 것이다.
지난 2년반 동안 ‘이문옥교수’의 강의는 명강의로 소문이 났다. 유명세 탓도 있었겠지만 사례 중심의 구체적인 강의와 할 소리는 제대로 하는 교수였기 때문. 공무원교육 시간에 조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감사관의 강의 만큼은 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 식구로서 그는 복직 후에도 여전히 ‘왕따 중의 왕따’였다. 그와 함께 식사 한 끼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동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많은 동료들이 ‘침묵하는 다수’로서 나의 과거 활동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뻔한 사실을 가지고 나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덮어씌우려고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조직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실감했죠. 그때 가장 인간적으로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젠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에 대한 그의 애정은 털끝만큼도 변함이 없다. 그는 “옛말에 비루먹은 말을 두고 ‘대사헌의 말’이라고 했다”며 “남의 잘못을 가리기 전에 스스로 몇 배 더 깨끗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내부고발자보호제도의 입법화 등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털어놓는다.
이감사관은 “내부고발자보호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내부고발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도 아울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