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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금강전]손암 정황과 도암 신학권

입력 | 1999-07-13 19:49:00

정황의 '삼불암도'


손암 정황(巽菴 鄭榥·1735∼?)은 겸재 정선의 장남 만교(萬僑)의 둘째 아들이다. 겸재가 회갑년 한 해 전에 본 손주였으니 꽤나 귀여워했을 법하다.

더우기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을 터이니, 정황은 할아버지 겸재에게 직접 그림을 배우는 무릎 제자로 성장했을 것이다. 게다가 정황이 25세 되던 해에 겸재가 세상을 떠났으므로, 겸재를 익힐 수 있었던 기간 또한 충분했다. 그런 때문인지 정황은 당시의 어느 화가보다 겸재를 닮으려 애썼다. 이는 정황이 그린 현존하는 실경산수 작품에 확연히 드러난다. 겸재는 주문이 밀려 바쁠 때에는 아들의 손을 빌리곤 했다는데, 손자까지 합세한 삼대의 합작도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몽유금강’전에는 정황의 그림으로 각각 족자로 꾸며진 6점의 금강산도를 골랐다. ‘장안사도(長安寺圖)’ ‘삼불암도(三佛岩圖)’ ‘명경대도(明鏡臺圖)’ ‘천일대도(天一臺圖)’ ‘마하연도(摩訶衍圖)’ ‘구룡폭도(九龍瀑圖)’이다. 원래 8폭의 병풍이었으며, 나머지 두 폭은 단발령이나 해금강쪽 풍경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구룡폭을 제외하고 모두 내금강의 명승을 그린 점은 겸재의 탐승지를 그대로 좇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묵의 농담만으로 그린 정황의 6폭 금강산 그림은 구성부터 필묵법까지 할아버지 겸재의 화풍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붓 두 자루를 쥐고 그린 양필법, 수직준법(垂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