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중이던 한나라당 김태원(金兌原)전 재정국장이 12일 긴급체포돼 이른바 ‘세풍(稅風)사건’ 수사가 재개됨으로써 정치권에 ‘복중(伏中) 한파(寒波)’가 불어닥칠 조짐이다.
특히 검찰은 불법모금한 166억여원 가운데 개인용도로 사용한 금액을 전액 몰수 또는 추징하겠다고 밝혀 일파만파가 예상된다. 이 경우 돈의 일부를 대선자금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 치부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서상목(徐相穆)의원 등 핵심인물이 자금의 일부를 유용한 혐의를 이미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고위관계자는 “세풍사건 수사의 초점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있다”고 말했다.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해 추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사의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검찰수뇌부는 이석희(李碩熙)전 국세청차장의 도피로 한동안 중단된 세풍수사의 물꼬가 트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대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경리책임자였던 김씨는 강삼재(姜三載) 김태호(金泰鎬)사무총장을 통해 모금된 공식 대선자금외에 서상목의원 등이 간여한 비공식적 자금집행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김씨를 세풍사건의 ‘핵심 연결고리’중 하나로 지목해왔다. 검찰은 김씨가 서의원 등이 국세청을 통해 166억여원을 불법모금하는 과정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사전 또는 사후에 당지도부에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실을 보고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단순한 ‘자금 관리자’에 불과하다며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11개월째 잠적중이던 김씨가 서울 신림동 은신처에서 갑자기 검거된 배경을 놓고 모종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수세에 몰린 여권이 국면 반전을 꾀하기 위해 ‘세풍카드’를 다시 끄집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또 특검제 도입문제로 곤궁에 처한 검찰이 여권과 이해가 맞아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올초부터 (김씨의)검거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확전(擴戰)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지만 야당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은 채 검찰이 겨눈 칼끝을 주시하고 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