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은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에 이어 16일 임지사까지 구속한 뒤 수사성과에 만족한 듯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였다.반면 경기도청은 지사 부부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사태의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검찰▼
○…인천지검은 이날 수사결과에 상당히 고무된 채 은근히 자축하는 분위기. 유성수(柳聖秀)차장검사는 “고급옷 로비의혹 사건 등 최근 잇따라 터진 악재를 떨쳐버리고 검찰의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
○…검찰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임지사가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한 로비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도지사로서의 당연한 활동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 검찰 관계자는 “임지사가 돈을 받고 그 대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라며 “하지만 임지사의 선거공약에 경기은행을 살리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등 재판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대응논리를 철저히 연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5일 오후9시경 주씨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자 마자 곧바로 임지사가 조사를 받고 있는 별관 출입구를 잠그고 16일 오전 5시경까지 밤샘조사를 벌였다.
이날 오전 3시경 조사실의 불이 꺼졌으나 한시간만에 다시 켜졌다. 수사 관계자는 “임씨가 피곤하다고 해 조사실 안의 야전침대에서 1시간 가량 눈을 붙이게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임지사 부부가 모두 구속되자 경기도청 주변에선 역대 경기도지사들의 ‘불행한 낙마’(落馬)가 화제.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지사 공관 터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기도.
임지사 직전 29대 지사를 지낸 이인제(李仁濟·95년7월 취임)씨는 임기를 열달 앞두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가 3위로 낙선했다.
관선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25∼27대까지 내리 3명이 불행한 퇴임자로 기록됐다. 27대 김용선(金鎔善·94년12월취임)지사는 ‘지방선거 출마예상자 동향파악’이 문제가 돼 석달도 못채우고 최단명으로 퇴임. 26대 임경호(林敬鎬·94년3월 취임)지사는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천세금도둑사건’의 책임을 지고 취임 9개월만에 하차. 25대 윤세달(尹世達·93년3월취임)지사는 국회에 팔당상수원의 오염문제에 대해 허위보고를 했다가 만1년만에 전격 경질됐다.
○…경기지사 공관은 67년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43일대 팔달산 기슭에 지하1층 지상2층으로 지어졌다. 대지 1961평에 연건평 193평 규모로 마당에 잔디가 깔려 그럴듯하지만 건물은 매우 낡은 상태.
이인제지사 시절 1억4000여만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수리했으나 임지사가 취임하자 공사한 지 채 1년도 안된 지난해 7월 1억2400여만원을 들여 다시 수리했다. 이때 인테리어를 맡은 업체가 주혜란씨와 서이석전경기은행장을 연결시켜준 민영백(閔泳栢)씨가 운영하는 ‘민 설계’였다.
〈수원·인천〓박종희·박정규·서정보·박윤철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