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19)에게는 ‘세기말’ ‘아웃사이더’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세기말의 퇴폐적 이미지, 세상의 혼돈에 무관심한 아웃사이더, 자기만의 세계에 머무는 비주류 같은 무표정…. 데뷔 1년도 안된 새내기가 이처럼 희소성있는 이미지를 자신의 키워드로 만든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출세작 KBS2 드라마‘학교’에서 보여준, 삐죽삐죽 뻗친 머리의 ‘제멋대로 패션’에 ‘넌 너고, 난 나야!’식의 옹골참. PC통신에서 추종자들이 줄을 이은 것도 이때부터다. 5월 방송을 시작한 ‘광끼’도 그 이미지의 연속. 별 대사도 없이 귀신 역으로 첫 출연한 영화 공포영화 ‘링’에서는 그의 도발적이고 퇴폐적인 이미지를 높이 산 제작자가 영화 포스터 전면을 배두나의 얼굴로 채웠다.
하지만 배두나는 “자신을 단지 그렇게만 보는 것은 오해”라고 말한다.
세기말의 이미지는 극중 배역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 고교시절 반에서 줄곧 5등안에 들었고 연극영화과(한양대)에 입학해서도 연기보다는 영화연출에 관심이 많았다는 자칭 ‘범생이’다.
1m71의 큰 키 덕에 패션모델을 했을 만큼 배두나는 평소 여성스런 긴치마를 즐겨입는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누드사진 찍어두면 좋겠다”고 한 말이 영상화보집을 준비한다는 말과 뒤섞여 “배두나가 누드집 낸다”고 보도됐을 때는 너무 분해 씩씩 거리며 앓아눕기도 했다.
“저도 지금 인기있는 배두나가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내 안에는 수많은 배두나가 있죠. 세기말이라는 지금 이 시기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여배우가 마침 내 안에 있다는 건, 연기자로서 기분좋은 일이예요.”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