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95% 이상이 사마귀바이러스로 알려진 ‘휴먼 파필로마바이러스(HPV)’에 감염됐다가 10∼20년 뒤 발병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성병입니다. 남편의 외도가 주원인이죠.”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자궁암연구치료팀의 김승조팀장은 70년대초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록펠러대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20여년 동안 여성암과 싸워왔다. 김교수는 록펠러대에서 2만달러를 받아와 ‘의과학연구소’를 만들었고 산부인과를 ‘팀제’로 만들어 후배들을 이끌어왔다.
그는 자궁경부암을 ‘질내환경질환’‘후진국형 병’으로 규정한다. 여성의 질내 환경이 깨끗하지 못할 때 생기기 쉽고 선진국에선 미리 치료해 암으로 악화되는 일이 적기 때문.
◆최전방에서 자궁암과 싸우다
자궁암은 97년 국내 여성암 중 20.4%로 1위. 매년 1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대부분은 자궁경부암. 자궁은 조롱박이 거꾸로 매달린 모양이며 조롱박의 입구 부분이 경부. 질과 연결돼 있고 출산 때 열려 아기가 나오도록 한다. 이곳에선 자궁에서 만들어진 길쭉한 ‘원주세포’가 질의 산성도를 견디기 위해 납작한 모양의 ‘편평세포’로 바뀌는데 바이러스 등이 이 과정을 방해하면 원주세포가 서서히 암세포로 변하는 것.
팀은 74년 국내 산부인과 최초로 항암치료를 했고 94년 HPV를 소개했으며 이듬해 HPV검사법을 포함한 ‘한국형 자궁암 검진 모델’을 만들었다. 96년엔 한국형 자궁경부확대촬영기를 개발해 암의 기미를 발견하도록 했다.
팀은 암 부위를 넓게 자르면서 혈관 신경 등 다른 부위는 덜 다치게 하는 ‘한국형 자궁암 수술법’을 개발해 매년 150여명의 환자를 고치고 있다.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치료 △수술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면역증강치료를 병행해 5년 생존율을 60%대에서 80%대로 높였다.
김팀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의사 7명이 팀을 이뤄 치료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고 설명.
◆자궁암의 진단 및 조기치료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 △자궁경부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기 시작하는 ‘상피이형증’ △암세포가 상피(上皮)에만 있고 기저층(基底層)을 침투하지 않은 ‘상피내암’ 단계를 거쳐 발병한다.
김교수는 “상피이형증이나 ‘0기암’인 상피내암 단계에서 발견해 이상부위만 잘라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자궁암은 증세가 별로 없는 것이 특징. 질 분비물의 양 색깔 냄새가 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출혈할 경우 병원에 가는 것이 좋으며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부으면 말기여서 치료가 어렵다.
병원에선 △면봉이나 칫솔 모양의 특수기구로 세포를 살짝 긁어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세포진 검사’ △자궁경부에 초산을 투여해 변화를 검사하는 ‘자궁경부 확대촬영 검사’ △자궁경부를 6∼40배 확대해 관찰하고 이상한 부위를 떼어내 조직검사하는 ‘확대경검사’ △바이러스의 활동여부를 알아내는‘HPV―DNA검사’등으로 진단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불치의 병에 도전하는 얼굴들
▽김승조교수(65)〓국내 여성암 연구 치료 분야의 ‘어른’. 대한암학회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등을 지냈고 현재 대한부인종양학회 명예회장, 대한암협회와 암예방학회부회장,가톨릭부인암연구재단이사장.
▽남궁성은교수(55)〓강남성모병원장. 내년말까지 ‘한국형 자궁경부암 세포진 자동분석기’를 개발해 지방과 외국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궁암 검사를 할 계획.
▽이준모교수(53)〓난소암 치료 때 암 부위를 포함한 자궁을 절제한 뒤 항암제와 면역제제를 녹인 링거액을 집어넣어 세척하는 ‘온열치료’를 국내 첫 도입.
▽배석년교수(49)〓한국형 자궁경부확대촬영기로 찍은 사진들을 분류해 ‘교과서’를 낼 정도로 자궁암 진단에서 정상급.
▽박종섭교수(46)〓HPV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과정을 연구. 최근 세종대 엄수종교수와 함께 암을 억제하는 ‘레티놀’의 차세대판을 개발. 인터페론과 레티노이드가 자궁경부암 세포를 억제하는 과정을 규명.
▽안웅식교수(48)〓녹차의 ‘폴리페놀’로 자궁암을 예방하는 방법과 유전자를 이용해 자궁암을 고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김진우교수(46)〓뉴욕의대 겸임교수 재직. 선천적 유전자 이상과 자궁경부암 발생의 관계 및 이를이용한조기진단법을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