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17일 워커힐 호텔에서 회동,‘2여(與)+α’ 방식의 신당창당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계개편논의가 ‘일과성 해프닝’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DJP 회동에서 신당창당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총리는 20일 밤 자민련 핵심당직자들과 총리공관에서 가진 심야회의에서 “신당창당 얘기는 사실무근”이라며 총리직 사퇴의사까지 표명하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알려져 일단 신당창당 논의는 다시 잠복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내각제 연내개헌 포기를 둘러싼 자민련의 내부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합당론 거론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DJP의 공감대인 듯하다.
그러나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를 비롯, 국민회의와 자민련내의 합당추진론자들은 “내년 총선에 대비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헤쳐모여’형태로 합당하고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들과 재야세력이 모여 ‘2여+α’형태로 신당을 창당하는 길 밖에 없다”며 여전히 신당창당론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쪽이다.
더욱이 중요한 대목은 김대통령이 신당창당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정국구상을 하고 있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당창당 논의는 잠복성 이슈로서 계속 정국의 ‘휴화산’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김대통령이 국민회의 지도부개편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시켰을 때부터 정치권에서는 연말의 ‘제2창당’을 겨냥한 준비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여권핵심부 내에서 논의되는 신당창당의 개념은 90년 호남을 배제한 채 ‘지역야합’의 형태로 이루어졌던 3당합당의 재판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권출범초 논의됐던 대구 경북(TK)지역과의 ‘지역연합’이나 YS측과의 ‘민주대연합’구도가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영남을 제외한 ‘비(非)영남지역 연합’의 성격을 짙게 띠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동안 여권핵심부가 한나라당 조순(趙淳)명예총재나 이한동(李漢東)고문 등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것도 중부권과 강원지역을 망라해 영남을 포위한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핵심부 내에서도 자민련을 포함한 ‘2여+α’ 형태의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 아니면 자민련과의 합당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제2창당’의 수순을 밟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의 득실계산상 합당보다는 연합공천이 수도권에서의 승부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여권 내에서는 ‘2여+α’니 ‘8월 신당창당론’이니 하는 논의가 ‘밀실야합’이란 여론의 비판과 야당의 극렬한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제2창당에 따른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분명한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이번 신당창당 논란은 밥솥의 뚜껑을 뜸들기도 전에 연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동관·최영묵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