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연극의 장점은 역시 실험적 내용을 다양한 형식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점.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극장 중 가장 최근에 ‘부화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코믹뮤지컬 ‘오,마이 갓스!’는 이러한 장점을 십분 살려냈다.
종말론을 비롯해 TV중독, 기계가 지배하는 삶 속의 인간성 말살, 위선적 종교생활 등 각종 세기말적 증후군을 드러내는 5개의 에피소드가 2시간동안 숨가쁘게 이어진다. 연출자 최종률은 제목을 ‘오, 나의 잡신들이여!’라고 해석하며 이같은 우상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염두에 뒀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가벼움’때문에 진지한 주제의식은 때때로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TV중독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에피소드인 ‘호모 텔레비전쿠스’는 TV가 가족간의 대화를 단절시켜 역설적으로 가정의 평화를 가져왔다는 주제 이상 이하도 아니다. TV는 줄곧 낮은 톤의 음흉한 목소리로 “(TV안으로)들어와∼”라고 부르지만 왜 오라는지, 와서 무엇을 하자는지는 흐릿하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춤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 뮤지컬 ‘페임’의 안무를 맡다가 이 작품으로 오랜만에 소극장뮤지컬에 참여한 서병구는 “큰 동선보다는 상체의 동작을 강조하는 디테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심상학 음악, 배우들의 고른 가창력도 평가할만 하다. 김수경 극본, 뮤지컬 ‘넌센스’의 우장섭, 뮤지컬 ‘He’의 정선일 등 출연. 8월31일까지. 오후4시반 7시반. 1만2000원. 02―745―8833.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