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하나가 세상을 바꿉니다. 변혁의 외침은 이제 거리가 아니라 법정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거리에서 법정으로….”
변호사 배금자(38). 몇 년전 TV프로 ‘오변호사 배변호사’의 진행을 맡아 세간의 인기를 모았으며, 그 뒤 방송을 떠나 홀연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로 유학길에 올랐었다.
그가 3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올해 초 귀국해 최근 책을 한 권 펴냈다. ‘인간을 위한 법정’(책출판사). 미국 법정에서의 판례를 통해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다. 담배 동성애 성차별 성희롱 안락사 명예훼손 종교자유 등 다루고 있는 주제가 시종 시민사회의 공익과 직결된 미래지향적 주제들. 즉 공익소송 이야기다.
이 책은 변화의 고비에서 미국 대법관들이 얼마나 진지한 판결을 내렸는지, 그로 인해 미국 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시민의 권리는 끊임없는 법정 투쟁의 결과입니다. 미국 대법관들의 용기와 소신도 부러웠구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 법조인들은 아직도 선입견과 기존의 판례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요즘 그는 담배소송에 관심이 많다.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논문도 ‘미국 담배소송의 한국 적용’이었다. 귀국 직후부터 담배소송을 준비하느라 하루하루가 바쁘다. 소송 예상 시기는 올해말쯤.
그가 미국에서 배운 것은 법정을 통하지 않고는 구체적인 변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과 같은 법정소송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전엔 성희롱이란 용어도 없었을 정도였죠. 법정은 이처럼 중요합니다. 뭐랄까, 변혁의 무대라고나 할까요?”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