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석(徐利錫)전경기은행장으로부터 퇴출무마 로비자금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2일 구속된 이영우(李映雨·58)씨와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장조카인 이영작(李英作·57·H대 석좌교수)박사의 ‘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이박사는 ‘아태재단 미주지부’를 운영해왔고 이씨는 이 지부의 이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박사는 94년 5월 ‘아태재단 워싱턴지부’를 설립했는데 재단측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 직후인 98년 1월 아태재단 해외지부를 모두 폐쇄키로 함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아태재단 워싱턴지부’가 없어졌다. 그러나 이박사는 지부폐쇄에 반대하며‘아태재단 미주지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씨가 ‘아태재단 미주지부와 무관하다’ ‘관계있다’며 오락가락하다 23일 최종적으로 “이씨와 이박사가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씨가 아태재단 미주지부 이사직에 임명됐다고 볼 정황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아태재단 미주지부는 이박사가 국내 아태재단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며 이씨는 국내 아태재단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박사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미용재료상을 하며 아태재단 미주지부 이사장직을 맡기도 했던 조모씨를 통해 이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씨는 “이영우씨가 미주지부 이사회에 참석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서전행장도 “이씨와 이박사가 가까운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서전행장의 측근은 전했다. 이 측근은 “이씨와 친분이 있는 서전행장 친구의 소개를 받아 이씨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박사는 23일 오전 10시20분경 김포공항을 통해 대한항공 001편으로 일본을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이박사는 지난달 29일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했으며 다음달 21일자로 귀국용 비행기표를 예약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H대측은 “이박사가 출국사유를 밝히지 않아 구체적인 출국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박사의 연구실 조교 김모씨(25)는 “이박사가 22일 연구실에 나와 ‘미국에 잠깐 다녀오겠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오늘 출국했다”고 말했다.
이박사는 올 3월 계량의학과 석좌교수로 초빙됐으나 학과 강의를 맡지 않았으며 주로 외부인사들을 만나 특강을 하는 등 외부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박사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69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국립보건원(NIH)산하의 암연구소와 모자건강연구소에서 보건통계 분야의 실무책임자로 일해오다 3월 귀국했다.
이박사는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측을 도와 여론조사 작업을 지휘하는 등의 ‘기여’를 했으나 청와대측의 ‘친인척 배제’원칙에 따라 특별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은행과 서전행장측 관계자들은 구속된 이영우씨를 통해 이영작박사에게 경기은행 퇴출무마 로비를 부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구속된 이씨가 이박사에게 로비 부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박사와는 연락이 되지않아 직접 그의 해명은 듣지 못했다.〈이수형·박윤철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