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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희생양될라』해태 유동훈 진땀 투구

입력 | 1999-07-27 00:19:00


『43호 투수, 파이팅.』

해태의 주장대행 이호성은 경기전 유동훈을 불러 농을 던졌다.

“네가 43호 맞으면 역사에 남는 거야, 알겠니?”

꼭 홈런맞기를 바란다는 듯한 뉘앙스지만 실은 후배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것.

해태 선발 유동훈은 올시즌 입단한 신인.

이날 경기는 풋내기인 그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더구나 유동훈은 전날까지 올시즌 이승엽에게 5타수 3안타를 내줬는데 그 3안타 가운데 2개가 홈런.

유동훈은 경기전 “홈런을 맞더라도 소신껏 승부하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마운드에 오르자 ‘떨고 있는 것’을 속일 수는 없었다.

1회 2사후 이승엽의 첫번째 타석. 코너워크에 신경쓰다 볼넷.

3회 두번째 타석. 관중 함성소리가높아지자공이 홈플레이트에제대로가질 않았다.

바깥쪽으로 어이없이 빠지는 2개의 볼에 3구째는 얼굴쪽을 향하는 공. “우∼”하는 야유가 터졌다.

4구째 높은 볼을 이승엽이 쳐줘 간신히 좌익수 뜬공 아웃.

5회 3번째 타석. 이승엽의 허벅지를 맞췄다. 물병이 운동장에 날아들었다. 결국 5회 강판.

하지만유동훈은‘돈주고 사지못할’ 값진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앞으로 그의 야구인생에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될 일이었다.

〈대구〓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