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 알리베르티 독집음반」페터 페라네치 지위, 북서독일 필하모닉 관현악단 반주 ▼
“마리아 칼라스가 되살아났네!”
92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을 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음악팬들은 탄성을 질렀다. 도밍고보다는 그와 함께 출연한 젊은 소프라노 때문.
오똑한 콧날과 갸름한 얼굴, 날카로운 눈매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여왕 칼라스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외모뿐이었을까? 칼칼하고 어둑하게 들리는 음색, 세부적인 표현의 특징들은 더더욱 칼라스와 닮았다. 눈을 뜨고 보면 칼라스의 ‘유사품’이었고, 눈을 감으면 칼라스의 ‘복제품’이었다.
루치아 알리베르티.그의 독집음반이 선보였다. 칼라스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벨리니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 등 오페라 아리아 아홉 곡을 실었고, 카르딜로의 칸초제 ‘무정한 마음’과 영화음악 ‘대부’삽입곡 두 곡이 보너스로 실렸다.
음반에서 듣는 그의 노래는 역시 칼라스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 그러나 차이가 전연 없는 것은 아니다. 포르티시모(最强奏)의 폭발적인 힘이 칼라스보다 떨어지고 날렵한 맛이 적어 약간 템포가 처지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많지만, 볼륨을 줄여 속삭이는 듯한 부분의 다채로운 효과는 칼라스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화려한 기교도 칼라스 못지 않다. 02―3420―0127(BMG) ★★★☆(만점〓★★★★★,☆은 ★의 절반)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