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만큼 변수가 많은 종목도 없다.
심판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기록경기지만 경기 당일 선수의 신체리듬과 심리상태, 바람의 영향 등으로 순식간에 승부가 뒤바뀔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기위해 세계양궁협회(FITA)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1대1로 맞붙어 상대를 떨어뜨리는 ‘녹다운’방식의 올림픽 FITA라운드제를 도입한 뒤부터는 절대강자가 존재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양궁대표팀의 서오석감독은 제40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프랑스 리옹으로 떠나기 앞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여자 개인과 단체, 남자 단체 등 금메달 3개”라고 답했다. 그것도 선수들이 베스트 컨디션일 때 가능한 수치라고 했다.
이탈리아 중국 미국 등의 견제가 심한 만큼 2회연속 4부문 전종목 석권은 사실상 어려웠다.
30일 폐막된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목에 건 금메달은 2개(남녀개인). 은메달과 동메달도 각각 1개씩 따냈다.
대회 6연속 우승. 목표 초과달성은 아니지만 난감한 성적도 아니다.
하지만 선수단은 바늘방석에 앉은 입장이다.
유홍종 양궁협회장은 여자팀이 단체 8강전에서 패해 메달권에 들지 못하자 현지에서 “귀국하는대로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표팀 운용방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대회기간중인데도 감독교체 운운하며 선수단을 뒤흔들었기 때문.
선수단의 차분한 성적은 과연 회장의 지적대로 ‘무사안일’에 빠진 결과일까.
회장 등 집행부의 현지 대책이 선수단 독려 차원이었다는 선의의 해석을 하고 싶을 뿐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