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청자 참여 TV오락물 조작파문

입력 | 1999-08-03 18:40:00


시청자가 참여하는 일부 오락프로가 ‘감동 만들기’차원을 넘어 조작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조작 의혹이 제기된 프로는 지난달 31일 방영된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의 ‘청춘의 찜’코너. 출연 여성이 짝사랑을 고백한 뒤 상대 남성의 선택을 기다리는 내용이다.

이날 주인공으로 출연한 고희경씨(24)는 4년전 한 남자를 좋아했으나 그가 유학을 떠났으며 TV에서 그 남자와 닮은 윤모씨를 본뒤 만나고 싶었다고 소개됐다. 이어서 윤씨가 스튜디오에 나와 고씨의 짝사랑을 거절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그러나 고씨는 2일 “녹화에 들어가면서 작가가 감동적 사연이 없어 재미없다며 ‘시나리오’를 제안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애초 출연 신청때 고씨는 TV오락프로에 출연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모 연예인을 짝사랑 상대로 지목했으나 두사람 다 출연이 어려웠다는 것. 그러자 고씨는 방송작가와 함께 서울 압구정동 일대를 뒤지며 적합한 상대를 찾아나섰고 결국 TV프로에서 봤던 윤모씨를 짝사랑 상대로 골랐다. 이에 윤씨가 출연을 승락, 고씨의 짝사랑 상대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고씨의 이같은 ‘조작 고백’에 대해 방송작가 박희선씨는 “고씨 자신이 방송 출연을 적극적으로 원했기 때문에 그의 동의를 받아 약간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1일 방영된 SBS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의 ‘면벽토크’에서는 미혼남성으로 소개된 8명중 2명이 유부남인 것으로 밝혀졌다. 출연 섭외를 담당했던 결혼정보회사 선우이벤트의 기혼 직원 2명이 출연한 것.

이웅진 선우이벤트 사장은 “당초 출연할 예정이었던 미혼남성이 나오지 못하자 방송 펑크를 우려한 직원들이 대리 출연했다”며 방송사와 사전에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세경 이화여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시청자 참여프로는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로 믿는다는 점에서 엄격한 진실이 필수적”이라며 “실제 오락프로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사실의 조작에는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엽·김갑식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