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기준 국내 최대은행인 한빛은행이 국내 주가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으로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간신히 성사시켰다.
한빛은행측은 “대우사태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이 정도 조건을 따내기도 쉽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계에서는 “협상여건이 열악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헐값에 팔았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한빛은행은 해외DR 10억달러를 주당 6500원에 발행하기로 소로스 모건스탠리 GE캐피털 피델리티 등 해외 투자자와 합의했다고 3일 밝혔다.
DR발행가는 이 은행의 2일 종가 8250원보다 무려 21.2% 싼 가격. 한빛은행 관계자는 “외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할인발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한빛은행이 당초 염두에 둔 DR발행가는 주당 9000원 안팎. 그러나 해외 로드쇼(투자설명회) 도중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해외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이 은행 고위관계자는 “로드쇼 초기인 7월 중순까지만 해도 협상이 순조로웠는데 대우문제가 불거진 20일경을 전후해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고 털어놨다.
한빛 협상팀은 발행가를 8000원대 중반으로 낮춘데 이어 협상마감일인 지난달 30일 7000원대 초반을 최저선으로 제시했지만 해외투자자들은 북한미사일 문제까지 들먹이며 6500원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는 DR발행 가격 결정방법을 4일 동안 두번이나 무원칙하게 바꿔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금융계는 “결과를 보면 해외투자자들의 값 후려치기에 당한 측면이 크다”며 “외환 조흥 등 다른 은행의 DR 발행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재·박현진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