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대산단지 통합법인에 투자를 검토중인 일본 미쓰이(三井)물산의 참여계획 윤곽이 드러나면서 ‘유화 빅딜’의 무산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월부터 미국 컨설팅업체인 KPMG를 통해 대산단지에 대한 실사를 벌여온 미쓰이측은 양사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 작업을 완료하고 이번 주말에 최종적인 투자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쓰이측은 기존 아서D리틀(ADL)이나 세동회계법인의 자산가치 실사 결과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양사의 자산가치를 평가, 삼성과 현대가 크게 반발하고 있고 실현가능성이 낮은 부채의 출자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타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통합추진본부 기준(奇浚)본부장은 3일 “KPMG의 실사 결과는 ADL이나 세동측이 평가한 양사의 자산가치(2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통합추진본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쓰이측의 전체적인 투자규모는 2조원. 미쓰이는 이중 5000억원만 출자하고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장기 저리로 융자하는 방식을 제안했으며 채권단이 미쓰이의 출자 규모와 같은 5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통합법인의 지분에 있어서도 미쓰이측은 5월 전경련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이 밝힌 50%이상의 참여가 아닌 삼성과 현대가 각각 24.5%, 미쓰이가 25%,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26%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행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미쓰이측의 이같은 투자 계획은 △정부와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투자가 아닌 융자 방식이라는 점 △자산가치 저평가에 따른 양사의 반발 등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현대측은 “미쓰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조건이 나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측은 “이 정도 계획이라면 단독 외자유치와 자산매각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하는 편이 낫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ADL이나 세동회계법인의 평가에 절반도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것을 볼 때 미쓰이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유화빅딜 발표후 지난 1년간 미쓰이에 매달려 허송세월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