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엔고 찬스’가 찾아왔다.
일본 엔화가 달러당 110엔대의 강세행진을계속하면서우 경제는큰호기를맞았다. 80년대이후 세번째 맞는 엔고는 특히 우리 수출에는 ‘호재 중의 호재’.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에 엔화의 강세는 곧바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무역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수출 상위 50개 품목 중 일본과 수출경합이 심한 품목은 24개에 달한다. 자동차 선박 전자 기계 철강 등 수출주도 품목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들 경합품목의 작년 수출액은 548억달러로 총 수출의 41.4%를 차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합품목 수출은 엔화가 달러당 130엔대 이상으로 약세를 보인데 영향받아 97년보다 5% 줄었다. 반면 일본은 전체 수출액이 7.8% 감소했는데도 경합품목의 수출은 1.5% 늘었다.
이 때문에 일본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관련업계는 ‘엔고’를 크게 반기고 있다.
자동차 조선 가전 업계는 “일제에 비해 품질에서 다소 열세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시장쟁탈 경쟁이 심한 동남아 지역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지역은 97년 위기 이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업체에 엔고는 ‘금상첨화’인 셈.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엔화가 10% 절상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4.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1323억달러) 기준으로 55억달러 가량의 수출증가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엔고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MIT의 루디거 돈 부시 교수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가진 강연에서 “일본 경제의 여러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엔화는 100∼130엔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경제는 첫번째 엔고가 찾아온 86∼89년 연평균 10.5%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두번째는 엔화가 79.75엔까지 치솟았던 93∼95년의 이른바 ‘슈퍼엔고’시대로 이때도 한국경제는 연평균 7.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번째 엔고 호황은 기업들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게 했고 이후 엔화가 급락하면서 한국경제도 급격히 추락했다.
이처럼 엔화의 강약에 따라 춤을 추는 우리 경제 및 수출의 ‘엔화 연동 구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무역협회 신원식(申元植)상무는 “그만큼 우리 수출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무역구조의 다양화 등 신무역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