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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선 구호 방역에 만전을

입력 | 1999-08-03 18:40:00


닷새째 계속된 집중호우로 중부지방 곳곳이 큰 수재(水災)를 입은 가운데 강한 비구름을 동반한 제7호 태풍 ‘올가’의 상륙으로 어젯밤 수도권이 또 한번 강타당했다. 엎친데 덮친격의 재난이지만 그렇다고 수마가 할퀴고 간 폐허를 바라보며 언제까지 망연자실해 있을 수만은 없다. 당장은 구조 구난작업에 쫓겨 체계적인 복구작업은 어렵겠지만 한시가 급한 구호와 응급복구 방역작업 등은 소홀히 할 수 없다.

정부는이재민구호복구비로 재해대책 예비비 6700억원과 상습수해 하천정비비 800억원,재해위험지구정비비 350억원 등 7850억원을 긴급 투입, 이재민을 구호하고 도로 제방 철도 통신시설 등을 조기복구키로 했다. 또 수해로 인한 사망자 실종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과 생계보조금 지원, 주택복구자금 융자, 수해 중소기업에 대한 특례보증, 세금감면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제법 발빠른 대응이다.

그러나 지금 이재민들에게 더 시급한 것은 식수 식량과 응급구호 의약품이다. 며칠째 끊긴 전기와 가스 전화 등도 그들의 고통을 더해 주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예비비를 풀고 범국민적인 의연금품 모집운동을 벌이면서 수해의 아픔을 같이 나누자고 한들 이재민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긴급 구호노력이 적기에 현장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 이재민들은 당장 마실 물이 없고 취사할 물마저 구할 수 없어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노약자들은 임시 수용소에서 추위에 떨며 칠흑같은 밤을 지새운다. 온몸이 가려운 피부병과 배탈 설사 등의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나 필요한 의약품은 태부족이다. 당장 이재민의 이같은 고통부터 해결해 주어야 한다.

매번 수해 때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긴급구호대책이란 걸 내놓는다. 생계지원대책과 수해복구대책들도 뒤따라 발표된다. 그러나 탁상에서의 행정과 수해현장에서의 구호노력은 늘 동떨어지기 일쑤다. 긴급구호대책부터가 주먹구구식이고 집행과정도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수해복구와 관련해 급한 것이 한두가지 아니겠지만 긴급구호 다음으로 시급한 것이 침수가옥의 복구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거나 재산을 날려버린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가 비통한 마음을 다소나마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수해 뒤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도 지체할 수 없다. 그러잖아도 여름철은 세균성 이질 콜레라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이 높다.

본격적인 수해복구작업과 항구적인 수방대책 수립은 그 다음의 일이다. 이재민들의 눈치나 살피는 선심성 복구대책이 급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