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해안을 따라 시속 45㎞의 빠른 속도로 북상한 제7호 태풍 ‘올가’는 전국 곳곳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렸다.
이로 인해 전봇대가 부러지고 가로수가 뽑혀 나갔으며 주택 및 건물 파손, 어선 전복, 정전사태 등의 피해가 잇따랐으나 인명피해는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다. 한편 나흘째 집중호우가 계속된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 주민들은 태풍의 영향으로 또다시 많은 비가 내리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재산피해 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서울◆
서울에서는 주택 2채가 침수 또는 파손되고 하천제방 1개소가 유실됐다.
3일 오전 11시5분경 성북구 정릉2동 604의 44 주택 지붕이 일부 파손돼 일가족 4명이 인근 노인정으로 대피했다. 또 비슷한 시간대에 성북구 길음2동에서도 주택 1채의 지붕이 내려앉고 벽면이 기울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10시경엔 서초구 우면동 528의1 주변 소하천 제방이 길이 10m, 높이 2m 정도 유실되기도 했다.
◆경기◆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를 본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강풍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지반이 약해진 재래식 가옥이 무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파주시 문산읍에서는 이날 오전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수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가 아수라장이 된 집안 살림살이를 정리하다가 오후들어 태풍피해가 우려된다는 재해대책본부측의 권유에 따라 복구의 손길을 멈추고 대피소로 다시 돌아가 불안한 밤을 보냈다. 수원지역의 경우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이따금 강한 바람이 불다가 오후 5시경 잠깐 소강상태를 보인 뒤 다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평택에서는 이날 오후 7시반경 팽성읍 안정리 도로변의 가로수가 뽑혀 한때 교통이 두절됐으며 고덕면 태평아파트에서는 고층아파트 유리창 10여개가 떨어져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남부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늦게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어 도로시설물이 차량을 덮치거나 간판이 날아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인천◆
이날 오후 5시반경 폭우와 함께 강풍이 몰아치자 인천시 재해대책본부와 시민들은 ‘올 것이 왔다’는 비장한 각오로 태풍 피해와 진로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강풍으로 간판이 떨어지고 가로수가 심하게 흔들리자 시민들이 서둘러 귀가해 시내는 한산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날 오후 6시10분경부터 강풍이 멈추고 간간이 비만 내리자 “태풍이 비켜간 것 아니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 재해대책본부는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는 4일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편 강화군은 이날 오후 182개 마을방송 스피커를 통해 축대 밑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충청◆
이날 오후 3시50분경 충남 천안시 대흥동 무궁화빌딩 6층 옥상에 있는 가로 20m, 세로 8.5m 크기의 대형 광고탑이 세찬 바람을 견디지 못해 넘어져 인근 상가 4채가 크게 파손됐다. 또 이날 오후 6시45분경 대전 유성구 원촌동 그린골프연습장의 높이 50m짜리 철제기둥 20여개가 인근 과수원으로 무너져 내렸다. 또 오후 4시경에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지방도 603호선과 안흥항 주변 상가 300여가구가 호우로 침수됐다.
이밖에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를 비롯해 삽시도 장고도 등 5개 도서지역의 피서객 400여명은 연안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바람에 발이 묶였다.
◆호남◆
초속 20∼30m 이상의 강풍 등의 영향으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또 곳곳에서 주택과 건물 등이 파손되고 11만여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11시경 전남 장흥군 안양면 방암리 고당마을 앞 진입로에서 나뭇가지를 치우기 위해 승용차에서 내리던 전우익씨(34·대구 달서구 감삼동)가 강풍에 쓰러지는 나무에 머리를 맞아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또 이날 낮 12시5분경 전남 완도군 노화읍 등산리 당산마을에서 자신의 집을 점검하던 황정규씨(66)가 강풍에 떨어지는 지붕 슬레이트 조각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50분경에는 전남 고흥군 대서면 송림리 장사마을 앞 50m 해상에서 어로작업을 하고 돌아오던 15t급 어선이 높은 파도에 전복돼 선원 박경두씨(22)가 실종됐다.
이날 오전 9시40분경 광주 북구 각화동 원협 농산물도매시장의 함석지붕 일부가 인근 주차장을 덮쳐 승용차 등 차량 25대가 파손되고 박몽실씨(42·여·광주 북구 용봉동)등 2명이 다쳤다.또 이날 오전 10시40분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해상에서 대피하던 부산선적 6589t급 유조선 범일호가 강한 바람에 좌초됐으나 선원 16명 모두 무사히 빠져 나왔으며 기름이 실려 있지 않아 오염피해도 없었다.
이날 오전7시경 전남 강진군 대구면의 고압선이 끊어져 완도군 전체 2만5000여가구에 전기가 끊기는 등 목포 여수 완도 해남 장흥 보성 등 15개 지역 11만여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또 전남 해남군 신기농협창고 등 5개 정부양곡창고의 지붕이 파손돼 양곡 2만8500여가마가 침수되고 진도군 군내면 주택 6채가 파손됐다.
◆제주◆
이날 오전 7시40분경 제주시 제주항 어선부두에 대피했던 제주선적 채낚기어선 만덕호(3t)가 높은 파도에 전복돼 선장 김창동씨(69)가 다쳤다. 또 북제주군 한림읍 1000여평의 한림체육관 지붕이 무너져내렸고 애월읍 농협창고 2동이 부서졌다.
이날 평균 2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주택 20여채와 제주관광민속관 화북하수처리펌프장 등이 침수됐다.
이에 따라 제주시내 △남수각하천 주변 △산지천 자이언트호텔 북쪽 △독사천 극동주유소 동쪽 △제주경찰서 서쪽 등 저지대 주민 100여명이 인근 동사무소 등지로 대피했다.
제주시 연삼로 등 시내 가로수 수백그루가 송두리째 뽑히거나 부러졌으며 교통신호등과 전신주들이 넘어졌다.
이날 오전 9시40분경 남제주군 성산읍 고성리 동명아파트 508호에서는 강한 바람에 유리창이 깨져 한모씨(43) 일가족 3명이 경상을 입었다.
◆영남◆
이날 오전 5시반을 기해 경북 동해안에 태풍경보가 발령되자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포항∼울릉간 여객선 운항을 통제하는 한편 모든 선박은 가까운 항포구에 긴급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경남도의 경우 태풍이 내륙을 뚫고 지나갈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재해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본청은 물론 시군 공무원들에게 비상 근무령을 내렸으나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농작물 피해만 났을 뿐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가자 안도했다.
〈지방자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