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재민들은 몸이 아파 치료를 받으면서도 ‘더 아플 내일’을 떠올렸다.
96년부터 연례행사처럼 수해를 당해온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주민은 300여명. 3일 오전 동아일보사와 함께 하는 서울중앙병원 의료봉사팀은 연풍초등학교에 도착해 창밖의 폭우 소리를 들으며 이재민들을 보살폈다.
1일 새벽 집안에 들어온 물을 퍼내느라 편도선이 퉁퉁 부은 민병희씨(76). 그러나 편도선보다 더 아픈 것은 작년 수해 때 다친 허벅지와 엉덩이였다.
박모씨(59·여)는 작년 수해 이후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더러운 물에 손을 담근 채 가재도구를 나르느라 고생한 뒤로 오른쪽 손이 시리고 쑤시기 때문.
주민들은 수해 당시의 ‘반짝 관심’도 중요하지만 ‘이전과 이후’에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작년에도 보건소에선 수해 발생 사흘이 지나서야 예방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아직까지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어요. 수해 이후에 방역활동도 중요한데….”(김모씨)
“그래도 지금은 낫지요. 수해문제가 일단락돼도 몸은 여전히 아플텐데 모두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미리 걱정이 됩니다.”(민병희씨)
“복구할 때는 아픈 줄도 몰라요. ‘그 이후’에 정작 치료가 필요하지요.”(김봉철씨·38)
“초등학교에 이재민을 집단수용하다보니 진료와 위생관리가 어렵습니다. ‘수해 단골지역’에는 7월 이전에 예방접종을 하고 특히 이재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용시설을 갖춰야 합니다.”(서울중앙병원 의료봉사팀장 전상준교수)
이나연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