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갇혀있는 문산읍 주민들을 즉각 구출하라.”
3일 오전 파주시 문산읍 문산사거리. 한동안 빠지는 듯 싶더니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는 물위로 해병대 청룡부대원들이 고무보트를 띄웠다. 이들은 점점 거세지는 비바람을 맨얼굴로 맞아가며 고립무원의 ‘수상도시’를 향해 물길을 저어 나갔다.
비록 군사작전은 아니었지만 대원들의 얼굴에는 실제 작전 상황을 방불케 할 만큼 진지함이 어려있었다.
이들에게 떨어진 특명은 태풍이 몰아치기 전에 읍내의 상가와 아파트에 남아있는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거나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일.
150여명의 해병대원들이 20대의 고무보트에 나눠타고 읍내로 진입하자 텅빈 것 같던 도시는 사방에서 구호를 요청하는 외침으로 가득찼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여기 갓난아기가 있어요.”
“옆집에 아픈 사람이 있는데 구출해주세요.”
대원들은 건물로 다가가 보트를 댄채 창문으로 올라간 뒤 한사람씩 구출해냈다.보트 뒤를 따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륙돌격 장갑차(일명 수륙양용차·KAAV)가 물길을 헤쳐나가 안에 싣고 있던 생필품을 잔류 주민에게 나눠줬다.
이날 오전까지 문산읍내에는 800여 세대의 주민들이 대피하지 않은 채 아파트와 상가 등에 남아 비상식량만으로 버티며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태풍 올가가 점차 북상하면서 또다시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피해가 우려되자 급기야 해병대가 현장에 투입된 것.평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받아온 해병대였기에 태풍과 싸워나가야하는 상황에서 이들보다 더 적합한 구조요원은 없었다. 해병대가 구출한 인원은 이날 하루만 700여명에 달했다.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한 수색중대장 문정택소령(42)은 “전투에서나 인명구조에서나 명령이 떨어지면 100% 완수하는 것이 해병대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문산〓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