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자리잡은 중소기업중앙회 연수원은 올들어 부쩍 활기찬 모습이다. 지난해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연수원이 한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올해 수용 목표는 지난해의 3만4000명보다 17% 가량 늘어난 4만명. 그러나 6월까지 이미 2만4000명을 받아들여 목표를 크게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수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내용도 알차다. 지난해까지는 회원사들을 상대로 한 무료교육이 주종을 이뤘으나 올해에는 대부분 이용료를 받고 있다. 이 수입이 중앙회 재정에 적잖은 보탬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300억원을 들여 97년 4월 완공했을 때만 해도 ‘애물단지’였던 연수원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다. 경제 위기를 넘기기 위해 인력을 자르고 인건비를 대폭 줄였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다시 ‘돈을 쓰고’ 있다. 경기가 회복돼 자금사정이 나아진 덕분이긴 하지만 기업의 최고 자산인 ‘사람’에 대해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중단했던 재교육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하는가 하면 ‘힘든 시절’을 버티느라 풀이 죽어버린 사원들의 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사기진작책을 내놓고 있다.
㈜쌍용은 올들어 ‘지역 전문가 양성’ 과정을 부활시켰다. 직원들을 1년간 해외 각국에 파견해 적응시키는 이 과정은 비용 감축을 이유로 작년에 중단했던 제도. 해당 지역별로 선발된 직원 10명은 현재 한국외국어대에서 5개월간 어학연수과정을 밟고 있으며 곧 외국에 파견될 예정이다. 이들은 1∼3개월간 해당국가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며 지역연구 등을 하게 된다.
쌍용은 지역전문가 외에도 상품전문가 법률전문가 양성 코스를 신설할 방침이다. 쌍용측은 “지난해 직원 재교육을 중단했지만 결국 사람을 키우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SK상사는 MBA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리 과장급에서 각각 선발된 6명이 회사가 대주는 돈으로 미국 대학에서 MBA과정을 밟게 하는 제도다. 미니 MBA 과정도 개설해 해외 파견을 앞두고 있는 직원을 뽑아 서강대에서 위탁교육을 시키고 있다.
포항제철은 지난해 중단했던 사원 체육대회를 올해 재개할 방침이다. 50%로 대폭 줄였던 대외활동비 지급도 원상회복시켰다. 직원들간 소모임 및 단합대회 지원용으로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크게 반기는 분위기.
A그룹 인사 담당임원은 “생산성 회복의 제1관건은 불황기에 추락된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