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러분들에게 고통에 찌든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참상을 알리고자 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따스한 정으로 아프리카를 구하러 찾아오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전쟁과 병고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교는 세워져 있지만 선생님과 교재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대륙 유럽에 사는 여러분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를 도와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벨기에 여객기에 숨어 유럽으로 밀항하려다 숨진 아프리카 기니 소년들이 남긴 유서가 유럽인들을 울리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야퀸 코이타(14)와 포데 투르카나(15)라는 이름의 소년들은 기니 수도 코나크리에서 출발한 사베나 항공기 밑바닥 랜딩기어 보관실에 숨어들었다가 2일 아침 항공기가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뒤 얼어 죽은 채 발견됐다.
그들의 품에서 발견된 편지는 수신인은 없으나 ‘각하, 그리고 유럽의 높은 분들에게’라는 말로 시작된다. 소년들은 프랑스어로 쓴 편지 곳곳에 “우리를 도와달라”는 말을 되풀이해 적었다.
소년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한 듯 “만일 우리가 숨진 채로 발견된다면 아프리카에서 너무 큰 고통에 시달렸기 때문이며 또 당신들의 손길이 필요함을 증명하는 것입니다”라고 편지를 맺었다.
벨기에 장관들은 소년들의 유서를 돌려 읽었다. 루이 미셸 외무장관은 “가슴이 미어진다”며 편지사본을 유럽 각국 외무장관에게 발송하겠다고 밝혔다.소년들의시신은 곧기니로 송환된다. 아프리카 서해안의기니는15세기부터포르투갈인들이 노예무역을 해온 곳으로 1946년부터 12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