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계청은 지난달 30일 월 최저 생계비 872루블(약 36달러) 이하의 러시아인이 전체 인구의 35%인 517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22%보다 13%포인트 늘어났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17일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남미 브라질을 거쳐 러시아를 강타하자 루블화 평가절하(34%)와 루블화표시 채권(GKO)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그후 1년. 러시아의 실업률은 지난해 11.8%에서 올 1·4분기 12.3%로 높아졌다. 1달러당 6루블이었던 루블화 환율은 1년새 24루블로 치솟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
러시아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과도한 외채. 러시아는 구소련에서 넘겨받은 1000억달러를 포함해 1500억달러의 외채를 안고 있다.
올해 갚아야 할 외채만 175억달러인데 7월 현재 외환보유고는 115억달러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2008년까지 매년 130억∼190억달러의 외채를 갚아야 한다.
러시아가 지난 1년간 디폴트(채무불이행)우려 등 긴박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국제통화기금(IMF)과 4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이어 1일에는 서방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도 부채 400억달러중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80억달러를 향후 15∼20년간 나누어 갚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재정적자도 지난해 GDP의 3.2%에서 올 상반기 2.1%로 줄었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도 14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억달러 흑자에 비해 15배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호조는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가격이 올해 2배 이상 오른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병희(金秉熙)연구원은 “올 12월 총선을 앞두고 있으나 비교적 정국이 안정된데다 러시아 정부가 IMF가 요구하는 세수확대와 은행부문 개혁 등의 꾸준한 실천으로 국제금융기관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했다”며 “이에 따라 외채상환 재조정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