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청소년정신과 클리닉에는 친구를 사귀지 못해 고민하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자녀가 사귀는 친구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도 찾아온다.
“작년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부모 말이라고는 통 듣지 않아요. 어렸을 때는 내가 골라준 좋은 친구들하고만 사귀었는데 요즘은 친구라고 사귀는 애들이 제대로 된 애들이 아니예요.”
“공부밖에 모르던 아이였는데 나쁜 친구를 사귄 후부터 학교도 안가고 술과 담배를 하는 문제아가 되었어요.”
“우리 딸아이는 아주 착실하던 아이였는데 친구 꼬임에 빠져 남자친구를 사귀더니 드디어는 가출까지 한 것을 억지로 잡아왔어요.”
청소년들은 부모의 성향이나 의견보다는 자신의 기준이나 성격에 맞는 친구를 선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혹시 나쁜 친구를 사귈까봐 불안해 한다. 그리고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부터 불법 행동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자녀의 나쁜 친구 탓으로 돌린다.
물론 친구가 해로울 수도 있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친구나 학교를 싫어하는 친구와 사귀게 되면 유혹에 약한 십대들은 그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미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끼리 함께 어울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행청소년의 98%가 비행청소년 친구를 갖는 반면에 일반 청소년은 7%만 비행청소년 친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친구에 의해 나쁜 행동보다는 좋은 행동쪽으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까운 친구를 갖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청소년에게 도움이 된다. 자긍심을 높여주고 남의 감정을 잘 이해하게 한다. 소속감을 통해 마음도 안정되게 한다. 학교 생활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게 한다.
자녀 친구의 태도나 행동이 부모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친구를 비난하거나 당장 못만나게 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대신 마음을 열고 어떤 아이인지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알고보니 좋은 아이라고 기뻐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청소년의 이상한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이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자녀의 친구가 심각한 문제행동을 보이면 염려하는 바를 자녀와 솔직히 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옳고 그름을 깨닫고 그 관계에서 스스로 빠져 나올 수도 있다.
나쁜 친구의 영향만을 걱정하지 말고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많이 사귈 기회를 주고 좋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홍성도(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장·성균관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