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게는 미키마우스와 같은 세계적 캐릭터가 없는 것일까.’
95년 여름. 멀티미디어 제작회사인 게이브미디어 손동수(孫東洙)대표는 세계인이 알아주는 토종 캐릭터가 없는 현실에 의문을 품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캐릭터 개발이 부진한 것은 ‘소재의 빈곤’보다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린 손사장은 이때부터 캐릭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후보 물색에 걸린 시간만 1년여.
호랑이 토끼 공룡 딱정벌레 바퀴벌레 진돗개…. 한국과 관련된 수십가지의 대상을 놓고 고민한 끝에 내린 최종 결정은 삽살개였다. 게임 및 교육용 CD롬, 애니메이션, 인형,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될 캐릭터로는 순박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삽삽개가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삽삽개 찾기운동이 벌어지는 등 삽살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점도 고려했다.
모델이 정해지자 본격적인 디자인작업을 진행했다. 주된 타겟층인 유아 및 아동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둥글둥글하면서도 못생긴’캐릭터로 방향을 잡았으며 미국 하버드대 유아교육 연구원을 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금강기획과 12억원을 공동투자하기도 했다.
마침내 97년 봄 토종 삽삽개 캐릭터 ‘깨모’가 완성됐다. 첫 상품화는 TV 애니메이션. 그해 여름부터 KBS를 통해 방영된 애니메이션 ‘짱이와 깨모’의 인기 덕분에 말끝마다 ‘깨모깨모’를 덧붙이는 어투가 아이들 사이에 유행했으며 깨모가 등장하는 △교육 및 게임CD롬 △비디오테이프 △동화책 △인형 △과자 사탕 껌 등 제과류 △물감 등이 잇따라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세계시장 진출도 올해 2월부터 시작됐다.유아용 게임CD롬을 물색하던 대만업체와 연결돼 5만달러(1만장)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TV애니메이션 및 비디오 판권계약도 곧 성사될 예정이다.
요르단의 한 업체와는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쿠웨이트 이집트 레바논 등 중동국가들에 대한 TV애니메이션 판권계약을 5만달러에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올가을부터는 중동권 아이들도 깨모를 TV로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깨모는 4월 유럽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MIP TV쇼’에도 참가했는데 깜찍한 일본 캐릭터보다 더 인기를 끌어 현재 독일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의 업체들과 TV 및 비디오판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손사장은 “현재 30여개 국가와 50만달러 규모의 수출협상을 진행중”이라며 “일단 깨모의 모습이 알려지면 다양한 캐릭터 상품의 수출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이브미디어는 내년 상반기 개설을 목표로 애니메이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추진중이며 지난해 35억원의 매출과 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코스닥에는 내년 상반기중 등록한다는 목표. 02―5454―222(내선 402)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