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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물난리 이렇게 막자/중랑천]노원 배수펌프장 건설

입력 | 1999-08-09 19:21:00


작년에 이어 또다시 범람 위기를 맞으며 서울 동북부지역 주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중랑천. 중랑천은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원해 한강에 유입되는 중형하천. 도봉천 방학천 우이천 등 10여개의 지천이 있으며 서울에 걸친 지역만 20.5㎞에 이른다.

하지만 중랑천 상류인 도봉 노원구에는 아직 유수지(빗물펌프장)가 한 곳도 없으며 하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 잦은 수해 원인 ◆

수해에 대한 근본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중상류지역에 도시개발을 강행한 것이 주원인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노원구 도봉구 의정부시 등 중상류지역의 대규모 택지개발은 하천의 홍수방지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렸다.

특히 하천을 끼고 만들어진 동부간선도로는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하천의 폭이 좁아진 것은 물론 공사의 여파로 퇴적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바닥에 쌓여 수위까지 높아진 것. 중랑천 수위는 개발 이전보다 50∼100㎝가량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趙元喆)교수는 “원래 정상 하천이었던 중랑천이 공사로 인해 ‘천정천(天井川)’이 됐다”고 지적한다.

◆ 부족한 홍수대비 시설 ◆

중랑천은 강폭이 도심으로 올수록 좁아지는 특징이 있다. 상류부분의 강폭이 최대 330m에 달하지만 도심쪽으로 들어올수록 110∼150m가량으로 좁아진다.

그런데 강폭이 좁아지는 도봉 노원구 일대에는 유수지가 한 곳도 없다. 작년 대규모 수해를 당한 뒤 서울시가 부랴부랴 노원구에 3개의 간이펌프장 건설계획을 설립했지만 아직 설계단계다. 올 하반기에나 공사를 시작해 2001년 완공예정이니 도봉구와 노원구는 내년에도 여전히 ‘수해의 사정권’내에 들어있는 셈.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30억∼50억원이 드는 소규모 유수지를 분산해 건설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시설물의 설계빈도문제 ◆

‘설계빈도’란 ‘시설물이 어느 정도의 자연재해까지 견딜수 있느냐’를 규정한 개념. 예를 들어 설계빈도가 5년이라면 ‘평균 5년에 한번꼴로 발생하는 최대의 자연재해를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한강의 설계빈도는 200년이므로 한강의 경우 200년에 1번꼴로 범람하면 정상인 셈.

이 설계빈도에 따라 하천의 준설수준과 제방높이가 결정된다. 중랑천의 설계빈도는 100년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설계빈도를 전면적으로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반도의 기상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에서의 시간당 내리는 강우의 집중성과 강도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졌다’. 100년에 한번 범람해야 ‘정상’인 중랑천이 작년 국지적인 범람에 이어 금년에도 범람위기를 맞은 것이 그 증거다.

현재 중랑천 제방의 여유높이는 약 1m 정도지만 새로운 기상패턴을 감안하면 한강처럼 2m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립방재연구소 김양수(金陽洙)연구실장은 “하천에 흐르는 유량과 새로운 강우패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빈도를 조정해야 한다. 하천의 단면도를 완전히 다시, 그리고 적절한 제방높이와 준설수준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복잡한 하천관리체계 ◆

원래 직할하천은 건설교통부 국토관리청 소유로 관리는 서울시가 맡고 있으며 유지 보수는 각 구청에 위임돼 있다.

하지만 중랑천은 서울에서만 노원 도봉 강북 성동 중랑 동대문 성북 등 무려 7개구에 걸쳐 흐르는 하천이다. 하천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한 종합적인 수방대책 수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작년 수해 직전 노원구가 공릉3동의 자연제방 일부를 임의로 훼손해 공릉동 일대가 큰 피해를 보았지만 서울시가 사전에 이를 제지하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국립방재연구소 심재현(沈在鉉)박사는 “중랑천을 끼고 있는 각 자치구가 하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만이 중랑천 범람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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