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0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총리 사퇴를 ‘3김정치 청산’의 주요 실천방안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날 해임안 표결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상적인 표결이 이루어지면 공동여당에서 상당수의 반란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자체 의석은 135석으로 총리해임안 가결 조건인 과반수에 15석이 모자라지만 얼마간이라도 여당의 이탈표가 나온다면 현 정권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되리라는 게 한나라당측 계산이다.
한나라당측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공동여당의 표결 불참 움직임. 한나라당이 10일 주요당직자회의와 특보단회의를 열어 공동여당에 표결 참여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반란표가 겁나서 표결에 불참하려는 공동여당의 추태야말로 응징받아 마땅하다”면서 “공동여당은 표결에 반드시 참여해 떳떳하게 표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표결 자체를 무산시킨다는 전략이다. 김총리는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할 일”이라면서 애써 태연한 자세를 취했지만 총리실 관계자들은 자민련과 긴밀히 연락하며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민련은 어떤 경우에도 표결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는 “개헌유보는 총리해임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처리 방법은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도 어느 경우든 ‘표결 반대’라는 자민련과 같은 입장이다. 공동여당은 양당 공조를 강화해 해임안 처리에 임한다는 자세다. 여당은 특히 여야 총무회담을 통해 총리해임건의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13일의 마지막 안건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관철해 소속의원 전원퇴장으로 표결을 무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결국 총리해임안은 표결무산으로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김차수·송인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