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그룹을 향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다음주 채권단전체회의를 열어 운영위원회의 결정을 확정하는 대로 신규여신 중단→만기여신 회수→손해배상청구소송제기 등의 순으로 단계적으로 제재절차에 들어간다.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가 채권단의 손실보전에 못미칠 경우 부족분을 책임지겠다는 확약서를 반드시 제출받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다.
채권단이 초강경 수단을 동원해 삼성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 서울보증보험에는 벌써 680억원 가량의 삼성차 회사채에 대한 원리금 대지급 요청이 들어와있다.또 세금을 지원받은 은행이 삼성에 꾸어준돈에 대해서까지 손실분담을 할 경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어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채권단은 내심 다음주로 예정된 채권단전체회의까지 며칠간 여유를 주고 삼성측의 항복을 유도한다는 전략이지만 삼성측의 태도가 워낙 완강해 타협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 그럼에도 채권단이 압박강도를 높일 경우 삼성으로서도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결국에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될 것으로 금융가는 관측하고 있다.
삼성측이 계속 손실보전을 거부할 경우 법정관리중인 삼성차는 10월 이후 파산선고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삼성차의 부채 4조3000억원 가운데 삼성이 맡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와 삼성차의 청산가치 약 1조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채권자들이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채권단의 제재가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지난해말 현재 삼성그룹의 부채는 총 45조원. 그러나삼성전자를비롯한전자 계열사가올해대규모흑자를 내고 있어5대그룹가운데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순익이 1조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반도체와 통신 등의 상황이 좋아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상반기 이상의 실적이 기대된다. 여기에 삼성전관 삼성전기 등 관련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삼성그룹은 전자 부문에서만 올해 3조5000억∼4조원 가량의 순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자금사정이 좋지않은 계열사를 골라 집중적으로 신규여신 중단과 만기연장 거부에 들어갈 방침이다.
〈송평인·홍석민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