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1시반경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룸. ‘옷로비 의혹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라스포사’와 ‘클라라윤’의 세일행사가 열린 200여평 매장에는 40∼50대 주부고객 1000여명이 정신없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옷로비 중개 의혹’을 받았던 정일순(鄭日順·54)씨 부부가 경영하는 라스포사와 클라라윤이 94년부터 매년 8월초 개최해온 정기세일.
행사장에는 세일 첫날인 이날 오전9시반경부터 손님들이 몰려 들었다. 이들은 “이 옷이 그 유명한 ‘라스포사’ 제품이라며….”“장관부인들이 많이 입는데?”“세일할 때가 아니면 언제 우리에게 차례가 돌아오겠어”라며 호기심 어린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장관부인들이 입는 옷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함께 찾아왔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나와 있던 정씨의 남편 정환상(鄭煥常·63)씨는 “‘옷로비사건’으로 손님이 뚝 끊겨 그동안 생긴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3일간 ‘눈물의 세일행사’를 계획했다”며 “예년에 비해 20∼30% 정도 손님이 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직원은 “최소한 두배 이상 손님이 늘었다”며 “‘옷로비사건’으로 매스컴을 장식한 것이 오히려 광고효과를 거두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옷로비사건이 불거진 5월말 문을 닫았다가 두달여 만인 이달초 다시 영업을 재개한 라스포사측엔 재기의 발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분석.
업계관계자들은 “‘옷 사건’ 이후 손님이 끊기다시피 한 논현동 라스포사 매장과는 달리 롯데1번가 라스포사 매장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씨는 최근 병원에서 퇴원했으나 매장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집에서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