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왕 엘리자베스2세의 부군 필립공(77)이 최근 무심코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영국 BBC방송은 필립공이 6일 에든버러 교외의 전자회사를 시찰하면서 단순한 모양의 퓨즈상자를 보고 “인도인이 만든 것 같다”고 불쑥 내뱉었다고 전했다. 이 말이 전해지면서 인도계 영국인들이 필립공을 비난하고 나서자 왕실측은 서둘러 “필립공이 가벼운 마음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며 물의를 빚은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영국 인종차별반대협회 회장인 쿠마르 무르시드는 10일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필립공과 같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그같은 발언을 한데 대해 놀랐다”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BBC에 따르면 필립공은 과거에도 자극적인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적이 여러차례 있었다. 필립공은 5월말 카디프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10대 청각장애인들에게 “시끄러운 연주 무대에 너무 가까이 있어 귀가 먹은 게 아니냐”며 농담을 건넸다가 청각장애인협회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96년 던블레인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났을 때는 “총이 위험해 봐야 정신병자 손에 든 크리켓 방망이보다 더하겠느냐”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듬해 인도인들이 식민지 시절 영국인에게 대량학살된 지역을 방문해서는 “피학살자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라고 말해 인도인들을 화나게 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