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시즌초 ‘사이영상’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박찬호(26·LA다저스)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2일 약체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원정경기. 박찬호는 패전은 면했지만 5와 3분의 2이닝 동안 무려 10안타를 얻어맞으며 6실점했다. 박찬호는 그동안 후반기에 더 강했던 ‘슬로 스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후반기 성적은 17승10패로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후반기 첫 등판인 7월18일 선발승을 따낸 뒤에는 5경기에서 승수 추가를 하지 못했다. 물론 원인은 있다.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는 것. 거의 ‘왕따’에 가깝다.
12일 몬트리올과의 경기이전까지 최근 4게임에서 박찬호는 24와 3분의 2이닝 동안 10점(평균자책 3.65)만 내줬지만 야속하게도 방망이의 지원이 없었다.
7일 뉴욕메츠전에선 7이닝을 4안타 2실점으로 막았지만 팀타선이 단 1점만 뽑는 바람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희한하게도 다저스타선은 박찬호가 등판할땐 ‘풀죽은 방망이’가 됐다가 그가 마운드를 떠나면 폭발한다. 12일 경기에서도 0―6으로 뒤지다가 박찬호가 6회 강판된 뒤 무려 9점을 뽑아내며 역전승했다.
박찬호의 시즌 성적은 6승9패에 평균자책 5.94.
후반기 남은 등판은 아홉번. 최소한 ‘반타작’이라도 해야 10승에 오를 수 있다.
두자리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연봉협상에서도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전망.
올해로 2년계약(300만달러)이 끝나는 박찬호는 시즌초 다저스로부터 내년부터 6년에 6000만달러(약 720억원)의 장기계약도 제시받았었다.
하지만 거듭된 부진으로 그의 ‘주가’가 폭락했고 다저스에선 1년 단기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형편.
방망이는 안도와주고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는데 시즌은 끝나가고….
그야말로 ‘사면초가’상황에 놓인 ‘코리안 특급’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