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본회의는 ‘이례적으로’ 순탄하게 진행됐다. 여야 간에 이미 합의된 31건의 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등이 일사천리로 처리됐고 9명의 여야 의원이 나선 5분자유발언도 별 소란 없이 끝났다.
그러나 본회의에 앞서 열린 여야의 의원총회에서는 전투를 예고하는 발언들이 속출했다. 특히 검찰의 한나라당 후원회 계좌추적 문제가 최대 현안이었다. 또 여야 모두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13일의 금요일’로 예정된 결전에 대비해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었다.
○…국민회의 의원총회에서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야당이 ‘한풀이 정치’에 매달려 개혁도 민생도 무조건 발목만 잡는다”며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오늘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내일은 다르다. 표결 법안도 많고, 돌출변수도 많으니 내일 하루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반드시 회의장을 지켜달라”고 의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한나라당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후원회 계좌추적 문제와 관련한 대여 공세를 퍼붓는 등 결전 의지를 다졌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야당의 후원회 계좌를 뒤지는 것은 범법행위로 대통령이 자리를 물러나야 할 정도의 국법질서 위반행위”라며 “앞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태(朴熺太)야당후원금불법사찰규명특위위원장은 “이제 ‘세풍(稅風)’은 광풍(狂風)으로 변했다”며 “현 집권세력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α’를 받은 사실은 덮어놓고 세풍만 문제삼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여당을 몰아붙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에서 후원회 계좌추적과 관련해 현 정권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및 관계자 엄중 처벌 등을 촉구하는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회 본회의 5분발언에서도 한나라당의 권오을(權五乙)의원과 김영선(金映宣)의원 등이 나서 “후원회 계좌추적 과정에서 검찰은 물론 법원도 백지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권의원은 “선관위가 집계한 여야의 상반기 후원금 액수가 국민회의 160억원, 한나라당 13억원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여당 유전(有錢), 야당 무전(無錢)’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의원은 “야당의 주장은 지긋지긋하게 정쟁만 일삼으려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총리해임건의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윤승모·정연욱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