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골드마인’과 ‘슬램’.
대중음악 매니아의 귀를 즐겁게 할 두 영화가 차례로 개봉된다.
28일 개봉하는 ‘벨벳∼’은 70년대 초반 여성취향적인 패션과 기존 성(性) 의식에 대한 도전적 메시지를 노래에 담았던 ‘글램 록(Glam Rock)’을 소재로 다뤘다. 글램 록은 양(兩)성애자인 데이빗 보위와 그룹 ‘이기 팝’, 게리 글리터 등을 중심으로 70년대 중반까지 영광의 시절을 보내다 몰락의 길을 걸었다.
커트 와일드(이완 맥그리거 분)와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분)가 펼치는 영화 속 글램 록의 세계는 놀랍도록 실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격렬한 록의 리듬에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 화면으로 오감(五感)이 쾌락에 빠져들듯 짜릿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또 동성연애자임을 고백한 감독답게 성에 대한 편견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 장르의 음악이나 주제를 다룬 작품처럼 재미와 담을 쌓은 것은 아니다. 감독은 기자 아서(크리스찬 베일 분)의 눈을 빌려 세상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슬레이드 실종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면서 영화를 보는 쏠쏠한 재미를 제공한다.
팝스타 못지 않은 맥그리거와 메이어스의 수준급 노래실력도 볼거리.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와 존 그린우드, 그룹 ‘록시 뮤직’의 앤디 멕케이 등 글램 록의 기수로 활동했던 뮤지션들이 음악을 맡았다. 98년 칸영화제 최우수 예술공헌상 수상작.
‘슬램(Slam)’은 98년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인 황금카메라상과 독립영화의 축제인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
‘벨벳∼’이 과거의 장르 글램 록을 다룬 반면 ‘슬램’은 요즘 대중음악의 새 코드로 떠오른 힙합을 끌어안았다.
슬램은 농구 용어가 아니라 흑인문화권에서 유행하는 랩과 시의 혼성장르이며 극 중 자주 등장하는 슬래밍(Slamming)은 이를 중얼중얼 읊조리는 것을 가리킨다.
‘벨벳∼’에 비해 음악적 색채는 약하지만 사회적 메시지는 더 강하다.
감독 마크 레빈은 백인이지만 미국 사회에서 검은 피부로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교도소에 들어간 조슈아(사울 윌리암스 분)는 한때 창녀였다가 죄수들을 교육중인 로렌 벨(소냐 손 분)을 만난다. 조슈아가 보석으로 석방된 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다시 교도소로 갈 것이 뻔한 재판 날짜가 가까워지자 조슈아는 도피를 생각하는 데….
DJ 스푸키가 음악을 맡았으며 힙합 계열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조슈아가 교도소에서 그를 공격하려는 다른 흑인 죄수들을 향해 뿜어대는 슬래밍과 감옥 속에서 동료 죄수와 함께 쇠창살을 두드리는 듀엣은 압권이다. 21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