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령 이남과 공주강(금강)밖은 산과 땅의 형세가 모두 배반의 형국이니 그곳 인심 또한 그러하다. 그쪽 사람들이 국정을 잡게되면 변란을 일으킨다…. 비록 선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벼슬 자리에 두지 말라.”
고려 태조 왕건이 후왕들에게 유언으로 남겼다는 10가지의 훈계인 훈요십조의 여덟째 조항.
KBS1 ‘역사스페셜’(밤8·00)의 서재석 PD는 3월 ‘지역차별’의 시초로 알려진 이 조항이 ‘조작됐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에 귀가 솔깃해졌다.
서PD가 조작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당시 기록이 온전하게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 943년 4월 왕건이 구술했다는 훈요십조는 1010년 거란족의 침입으로 왕실 문서가 전소된 후 8대 현종 때 다시 정리됐는데 이 때 사라진 훈요십조를 발견한 사람은 고려실록을 재편찬한 최제안이라는 것.
“후왕을 위한 지침이라는 훈요십조가 일개 신하의 집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알고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PD는 또한 훈요십조를 재정리한 현종이 신라계 신하들에 의해 옹립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후백제 인사를 제거하기위한 ‘지역차별적 정책’의 필요성 때문에 훈요십조를 일부 조작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부산 출신인 서PD는 제작과정에서 “왜 영남출신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그제나 지금이나 필요에 따라 사실(史實)을 왜곡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