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시각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40)가 최근 갑자기 교황청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교황 휴양지인 카스텔 간돌포를 찾아간 그에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가 몇 곡을 불러보도록 요청했다.
세번째 밀레니엄을 맞아 교황청 ‘대희년(大禧年)위원회’는 기념성가집 ‘밀레니엄 성가’를 내놓을 계획인데 이를 위해 교황이 직접 가수를 고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교황은 보첼리의 노래에 매우 흡족해 했으며 노래가 끝나자 그에게 축복의 기도를 해주었다”고 15일 보도했다.
발라드곡 ‘A time to say goodbye’로 인기를 얻은 보첼리는 젊은 신자를 확보하려는 교황청의 생각에 잘 맞는 가수. 하지만 교황청은 최종 결정은 못내리고 있다. 당대 최고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보첼리가 경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로도 제작될 ‘밀레니엄 성가’는 크리스마스 전야에 성베드로 성당의 ‘대희년의 문’이 열리는 순간 처음 울려퍼질 예정. 1000년에 한 번 뿐인 밀레니엄 행사에서 TV를 통해 세계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밀레니엄 성가를 부르는 일은 가수로서도 영광스러운 기회다.
클리프 리처드와 한 때 성가 가수로 활동했던 휘트니 휴스턴, 교황이 좋아하는 밥 딜런도 물망에 올랐지만 이탈리아인이 아니란 이유로 제외됐다고 한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